자궁은 여성성을 상징한다. 수정란 착상 후 출산까지 약 10개월간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생명의 토양'이다.
자궁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몸체인 ‘자궁체부’와 질과 연결되는 ‘자궁경부’로 나뉜다. 자궁경부에 생긴 암을 자궁경부암이라 하는데 난소암ㆍ유방암과 함께 3대 여성(부인)암으로 부를 만큼 환자가 적지 않다.
특히, 15~34세 가임기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10만 명 당 5.34명으로 유방암(10만 명 당 10.72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의 99.7%에서 HPV가 검출된다. 서바릭스·가다실 등 HPV 예방 백신을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 부르는 이유다.
HPV는 DNA 바이러스지만 변이가 잘되는 특징이 있다. DNA의 10%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서로 다른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HPV는 전체 유형이 100개가 넘는다. 이 중 남녀 생식기 감염을 유발하는 유형이 40여 개나 된다.
가장 위험한 건 HPV 16형·18형이다. 자궁경부암은 물론 항문암(편평상피암)의 주요 원인으로 고위험 바이러스에 속한다.
HPV의 다른 유형 역시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성기·항문 등 생식기 주위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생식기사마귀는 거의 전부 HPV 6형과 11형의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 HPV 31형·33형·45형·52형·58형도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높은 비율로 발견되면서 주의해야 할 유형으로 꼽히고 있다.
HPV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실제 2006~2011년 국내 18~79세 여성 6만77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체의 34.2%(2만787명)가 HPV에 감염돼 있었다.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 4명 중 2~3명은 평생 적어도 한 번 이상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행히 HPV에 감염돼도 전체의 70~80%는 2년 이내 바이러스가 자연히 소멸한다. 하지만 3~10%에서는 HPV가 지속 감염을 일으키다 어느 순간 암의 '씨앗'으로 돌변한다. 생식기사마귀도 HPV에 노출된 후 수 개월 또는 수 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자궁경부암과 생식기사마귀 등 주요 감염병은 HPV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HPV 백신의 방어 효과는 70% 정도로 특히,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16·18형에 대한 예방 효과는 90% 이상에 달한다.
HPV 백신을 맞으면 여성의 질암, 외음부암은 물론 남성의 음경암, 성별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구인두(혀와 편도선 뒷부분)암,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도 이런 이유로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